외향성(E)과 내향성(I)

by

/


MBTI의 첫번째 척도인 외향성(E)과 내향성(I)에 대해 알아보자.
외향성과 내향성은 상당히 직관적인 지표이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소위 말하는 인싸라면 E
사람을 만나면 기가 빨리는, 자칭 아싸들은 I
로 생각하면 어지간해서 들어 맞는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피상적인 인상만을 반영한다. 
또 나아가 상대 성향에 대한 영문 모를 반감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반감은 대체로 아래와 같은 경향을 띈다.

내향형은 외향형을 바라보며,
겉치레만 요란하고 속이 빈 사람,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기회주의자며
괜히 잘난 척하고 설치고 돌아다닌다고 비난한다.

외향형은 내향형을 보며,
현실을 모르는 고집쟁이, 몽상가,
이상주의자에 자기만 옳다고 우기면서,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오만한 사람이라고 비난한다.


물론 모두가 이런 것은 당연히 아니다.
서로의 성향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성숙한 태도를 가진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E와 I가 나뉘는 원리를 이해한다면,
이 본능적인 반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그러면 E와 I는 정확히,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
사실 우리는 이 의문에 대한 정답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내향형들이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때, 자주 쓰는 말, “아 기빨려..”
외향형들이 혼자 있을 때, 자주 쓰는 말, “아 심심해”
이 두 말에, 내향형과 외향형의 차이가 명백히 드러난다.

물론 외향형들이라고 기가 아예 빨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한 내향형인 필자도, 사람을 계속 만나지 않다보면 왠지 모를 심심함이 잔뜩 생겨난다.

그렇지만, 외향형은 내향형에 비해 통계적으로 기가 덜 빨릴 것이며,
내향형은 외향형에 비해 통계적으로 지루함을 덜 느낄 것이다.

그리고, 그 차이는 외부 자극에 대한 민감도로 설명할 수 있다.

외부 자극에 대해 민감하다는 것은,
동일한 자극에도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는 정도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향인과 외향인의 뇌를 MRI를 비교했을 때, 아래와 같은 극명한 차이가 나타났다.

1. 내향인은 휴식을 취할 때, 외향인에 비해 뇌가 더 활발하게 활동한다.
2. 동일한 외부자극이 주어질때, 외향인의 뇌보다, 내향인의 뇌가 더 흥분하였다.

이러한 이유에는 여러가지 설명을 곁들일 수 있다
생리학적으로는 도파민 민감도나, 편도체의 기능등이 있으며, 
진화적인 맥락에서, 내향성과 외향성의 적응적 이득을 논해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심화적인 내용은 추후에 차차 다뤄보도록 하자.


결론적으로,  외부자극에 민감한 내향형
인식의 초점을 외부보다는 본인의 내면 세계에 맞춘다.

반면에, 외부자극에 대해 민감함이 덜한 외향형
인식의 초점이 내부보다는 외부의 객체를 향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인간도 아무런 외부자극을 받지 않고서 살아갈 수는 없다.
정반대로, 무한정 외부자극을 탐닉하면서 살아갈 수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각자는 본인이 가지는 외부자극의 민감도에 따라, 적절히 외부자극을 조절하면서 살아가게된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동물을 비유로 들어보겠다.

여기 두마리의 동물이 있다.

첫번째 동물은 벌새, 이름은 짹짹이다.
두번째 동물은 코모도 드래곤, 이름은 우걱이다.


짹짹이는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프다. 1초에 80번 날갯짓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날갯질을 받쳐주기 위해서는, 심장이 정말 빨리 뛰어야 한다. 
즉, 엄청난 신진대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짹짹이는 매 10~15분 동안 먹이를 찾아주어야 한다.

반면, 우걱이는 한번 먹으면 배가 별로 안고프다.
한 번에 본인 체중의 80%에 달하는 양의 먹이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걱이는 먹이를 먹고, 이후 몇 주 동안 천천히 소화하면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지낸다.

여기서 짹짹이는 외향인, 우걱인은 내향인에 대응된다.

먹이를 먹는 시간은, 사람을 만나는 시간 혹은 외부 객체/현상 에 주의를 집중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소화를 시키는 시간은 본인의 내면세계/감각에 주의를 집중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각자가 가지는 신진대사에 따라서 먹이를 먹고, 소화를 시키는 비율을 달리하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짹짹이도 과식하면, 소화를 하느라 쉬어야 할 타이밍이 있고,

우걱이도 많이 굶은 상태라면, 먹이를 먹기 위해 뛰어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먹이를 얼마나 많이 먹었느냐에 따라 신진대사율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짹짹이가 근육운동을 해서 벌크업을 하고, 우걱이가 다이어트를 실시하는 것이다. 

이는 내향성과 외향성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내향형이 외부자극에 많이 노출된다면, 필연적으로 동일한 자극에 대해서 둔감해질 것이다.

반면 외향형이 외부자극에 오래 단절된다면, 동일한 자극을 민감하게 느낄 것이다.

그렇기에 외향형과 내향형은 타고난 유전적 영향뿐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참고 문헌

1. 이부영, 그림자, 한길사, 2021 

2. 전형진, 내향인은 정말 타고나는 걸까?, 정신의학 신문,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4991


Comments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