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직관(Ni)과 객체직관(Ne)-(2)


지난 글에서 우리는 Ni와 Ne에게서 드러나는 전형적인 모습들과, 그것을 정당화하는 여러가지 설명 방식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것들이 어떤점에서 충분하지 않은지를 확인했다.

그 글의 마지막에는 다음과 같은 예고가 있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Ni와 Ne를 가르는 것은 세상이 내 예상과 어긋났을 때 “내가 틀렸다”고 볼 것인가 “아직 다 보지 못했다”고 볼 것인가의 차이다.

오늘은 이 문장의 자세한 의미를 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Ni와 Ne를 명료히 구분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직관에서의 오차란 무엇인가

감각 편에서 세운 원리를 다시 한번 가져오자. 우리 뇌는 예측모델을 굴리고, 들어온 신호와 그 모델 사이에서는 필연적으로 오차가 발생한다. 그리고 그 오차를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처리하느냐가 기능의 양상을 결정한다.

이러한 설명은 직관에도 별다를 것 없이 적용된다. 다만 한가지를 바꿔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오차의 성격이다.

지난 글에서 다듬은 임계값을 떠올려보자. N은 임계값이 크다(성기다). 웬만한 차이는 기존 범주 안으로 흡수된다. 그렇다는 것은, N에게 들어오는 정보가 애초에 개별 디테일의 형태가 아니라는 뜻이다. 낱낱의 차이는 이미 걸러졌고, 남는 것은 그것들이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가 하는 추상화된 패턴이다.

그리고 임계값이 성길수록 그 추상화는 더 멀리 나아간다. 여러 사례가 하나로 묶이고, 그 묶음이 다시 더 큰 묶음으로 올라간다. 그렇게 올라갈수록 붙잡히는 것과 현실의 어느 한 지점 사이의 대응은 점점 헐거워진다.


예를 들어, “유행”을 생각해보자. 지금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옷차림에는 분명 유행의 영향이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저 사람이 입은 코트 한 벌 안에 유행이 들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게 말하긴 힘들어보인다. 그 코트를 하나만을 아무리 오래잡고 들여다 봐도 그것이 유행인지 아닌지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 코트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그 사이의 유사성을 살피다 보면, 하나하나를 관통하는 무언가가 드러난다. 특정한 무늬가 반복된다든지, 어딘가 귀족적인 인상을 준다든지, 색감이 전반적으로 밝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어느 한 벌 안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이, 여럿을 겹쳐놓자 비로소 보인다.

그리고 일단 그것이 잡히고 나면, 이제는 거꾸로 개별 사례들을 거느리기 시작한다. 새로 나온 옷을 보면서 “저것도 요즘 유행이군”, “저건 유행에서 벗어났군”이라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사례들이 모여 만들어낸 것이 이제 사례를 판정하는 자리에 올라선다.

직관이 다루는 것이 이런 종류다. 그래서 여기서의 어긋남은 단순히 “이 사례가 예상과 다르다”기 보단, “내가 붙잡고 있던 어떤 패턴, 그 상위원리가 개별 사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함”에 가깝다.

물론 이와 같은 논의는 감각의 패턴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이와 같은 경우 상위원리는 감각예측모델이 될 것이다.) 감각도 결국에는 일종의 범주화작용이기 때문이다. 또한, 감각의 패턴과 직관의 패턴 사이에 명확한 경계선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임계값이 무한한 스펙트럼 위의 한 점이니, 거기서 만들어지는 패턴 역시 구체적인 것에서 추상적인 것으로 연속적으로 이어질 뿐이다.감각의 패턴과 직관의 패턴 사이에 명확한 경계선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직관과 감각에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어긋남을 찾으러 어디를 보고 있는가이다. (이 설명은 곧 S와 N의 근본적인 차이와도 연결된다.)


감각이 붙잡는 것은 사례 하나하나의 디테일이다. 이 커피의 맛, 이 길의 생김새. 물론 이것들도 그 자체로 하나의 범주이고, 반드시 눈앞의 현실에 매여 있을 필요도 아니다. Si처럼 축적된 것을 다룰 때는 오히려 머릿속의 기준과 개념이 대상이 될수도 있다. 다만 어느 쪽이든, 그 대상은 개별적인 무언가로 특정된다. 이 커피와 저 커피를 나란히 놓고 견주면 차이가 드러난다. 무엇을 봐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고, 그것만 충분히 보아도 어긋남을 느낄 수 있다.

직관은 그렇지 않다. 이 경우 패턴은 사례들 위에 올라선 것이라 어느 사례 안에도 그 온전함을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코트 한 벌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특정 유행에 대해 모든걸 설명할 수 없다. 유행이 바뀌었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확인하려면 아직 보지 않은 다른 옷들을 더 봐야 하는데, 몇 벌을 봐야 충분한지는 아무도 정해주지 않는다.

다른 옷들을 충분히 보았다고 치자. 그런데 어떤 코트가 유행에 속하려면 무늬와 색감과 실루엣을 모두 갖춰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무늬는 전혀 다른데 색감이 비슷해서 같은 흐름으로 묶이는 옷이 있고, 색감은 딴판인데 실루엣이 닮아서 묶이는 옷도 있다. 모든 사례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조건 같은 것은 대체로 없고, 겹치고 엇갈리는 닮음들이 그물처럼 이어져 하나의 묶음을 만들 뿐이다.

그러니 어긋남이 발생해도 무엇을 위반한 것인지 지목하기 어렵다. 애초에 위반할 단일 조건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그물 어딘가에 걸리지 않았을 뿐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감각은 애초에 개별 사물의 디테일과 차이를 붙잡는 데 특화되어 있다. 임계값이 촘촘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긋남을 확인할 때도 그 개별성에 집중하기만 하면 된다. 볼 대상이 하나로 특정되고, 그것을 보는 것으로 절차가 끝난다. 확인의 절차가 닫혀 있는 것이다.

직관은 반대다. 임계값이 성기니 애초에 붙잡는 것이 개별 사물이 아니라 그 위에 올라선 패턴이다. 그러니 개별성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 무엇을 얼마나 더 봐야 하는지가 정해지지 않고, 무엇이 어긋났는지도 짚이지 않는다. 확인의 절차가 열린 채로 남는 것이다.

이렇게 확인의 절차가 닫히지 않는 오차를, 앞으로 구조 오차라고 부르자. 그리고 감각적 오차가 감각예측모델에서 발생하듯, 구조적 오차는 사례들 위에 올라선 상위 원리들의 체계에서 발생한다. 이 체계를 앞으로 구조예측모델이라 부르겠다.

Si와 Se가 감각적 오차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로 갈렸다면, Ni와 Ne는 이 구조 오차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로 갈린다.(물론 이 확인의 절차가 닫히니, 열리니 하는 것도 다 상대적인 기준임을 이젠 입아프게 말하지 않아도 알것이라 믿는다.)




상위 원리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앞에서 우리는 하나의 뒤집힘을 보았다. 패턴은 개별 사례들로부터 만들어지지만, 일단 만들어지고 나면 거꾸로 그 사례들을 거느리는 자리에 올라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뒤집힘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가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그 상위 원리를 무엇보다 앞세우는 길이다.

이쪽에서 패턴은 사례들 위에 서서 그것들을 거느리는 무언가다. 어딘가 초월적인 자리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러니 사례 하나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위에 있는 것을 버릴 이유가 없다. 오히려 아직 그 원리가 충분히 펼쳐지지 않았다고 여긴다. 그래서 그 사례까지 담아낼 수 있도록 원리 쪽을 손보게 된다. 그렇게 하면 그 원리는 모든 사례를 충분히 포괄할 수 있을때 까지 커진다. 패턴은 자라난다.

다른 하나는 그 상위 원리를 그다지 무겁게 여기지 않는 길이다.

이쪽에서 패턴은 사례들 위에 군림하는 무언가가 아니다. 그저 사례와 사례 사이에서 발견되는 닮음에 가깝다. 이 코트와 저 코트가 닮았고, 저 코트와 또 다른 코트가 닮았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니 새로운 것이 나타나 잘 설명되지 않으면, 기존 원리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그 사례에 맞는 닮음을 새로 찾아 옆에 하나 더 두면 그만이다. 물론 기존 것을 폐기하지도 않는다. 그건 그것대로 유효한 닮음이었으니까. 그렇게 하면 원리는 커지지 않는다. 대신 옆으로 늘어난다. 패턴은 분기한다.



전자는 Ni이고, 후자는 Ne이다. 앞서 설명했던 Si와 Se의 비교와 거의 비슷하다. 단 “감각예측모델”이 “구조예측모델”라는 패턴 구조체로 바뀐다는 점이 주효하다.

Ni는 구조 오차를 과소평가한다. 어긋난 사례가 나타나도 그것을 상위 원리에 대한 반증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Si가 감각 오차를 스스로의 감각예측모델 쪽으로 흡수했듯, Ni는 구조 오차를 본인의 구조예측모델 안으로 흡수한다.

Ne는 구조 오차를 과대평가한다. 어긋난 사례가 나타나면 그것을 지금 붙잡고 있는 닮음이 여기까지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Se가 새로 들어온 신호에 무게를 실었듯, Ne는 새로 나타난 사례에 맞게 구조예측모델을 분기시킨다.

여기까지는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겉으로 두드러지는 양상이 달라진다.




감각예측모델과 구조예측모델, 그리고 형태와 속도.


Si와 Se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주로 속도를 말했다. 오차를 과소평가하면 예측모델이 천천히 바뀌고, 과대평가하면 빠르게 바뀐다고. 반면 Ni와 Ne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형태다. 하나의 패턴이 계속 자라나느냐, 패턴의 개수가 늘어나느냐.

그런데 사실 네 기능이 하는 일은 다르지 않다. Si와 Se도 결국은 감각예측모델을 키워나가는 것이고, 그래서 분명히 형태적인 요소를 논할 수 있다. 또한 반대로 Ni와 Ne 사이에도 속도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그리고 이 둘은 애초에 분리된 것이 아니다. 형태가 속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구조를 깊고 크게 만들어가는 쪽을 보자. 이런 구조는 이미 웬만한 것을 담고 있다. 그러니 새로운 것이 들어와도 대개는 그 안으로 흡수되어버린다.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하나의 구조가 크고 정교할수록, 그 일부만 떼어내 고치기도 어려워진다. 어딘가를 건드리면 다른 데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반대로 구조를 유동적이고 넓게 유지하는 쪽을 보자. 여기서는 각각이 가볍고 서로 얽혀 있지 않다. 하나가 안 맞으면 그것만 두고 옆에 다른 것을 두면 그만이다. 다른 데가 흔들릴 일이 없으니 바꾸는 데 드는 비용도 작다. 그래서 자주, 쉽게 바뀐다.

즉 감각이든 직관이든, 구조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곧 그것이 얼마나 빨리 바뀌는지를 정한다. 형태와 속도는 같은 것의 두 얼굴이다. 그렇다면 왜 한쪽에서는 속도가 먼저 눈에 띄고, 다른 쪽에서는 형태가 먼저 눈에 띄는가.

재료가 다르기 때문이다. 감각예측모델은 결국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것들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감각기관은 타고난 제한을 가진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빛의 파장도,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높이도 정해져 있다. 그러니 거기서 만들어지는 모델도 형태가 크게 갈라지기 어렵다. 결국 다들 비슷한 모양의 모델을 갖게 되고, 차이는 그것이 얼마나 빨리 바뀌느냐에서 드러난다.

패턴은 다르다. 앞서 보았듯 패턴은 어느 사례 안에도 들어 있지 않고, 무엇과 무엇을 묶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것이 될 수 있다. 같은 코트 더미를 놓고도 색감으로 묶는 사람과 실루엣으로 묶는 사람이 전혀 다른 패턴을 갖게 된다. 애초에 만들어질 수 있는 형태의 폭이 넓은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는 속도보다 형태 쪽이 먼저 눈에 띈다.

정리하면, 네 기능이 하는 일은 하나다. 어긋남을 자기 것 안으로 품느냐, 아니면 그 어긋남 쪽으로 옮겨가느냐. 다만 감각의 재료는 형태의 폭이 좁아 속도로 드러나고, 직관의 재료는 형태의 폭이 넓어 형태로 드러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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